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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증류수에 대한 오해2005/04/30
'사람이 마시는 물에는 무언가가 약간 섞여 있어야지 순수한 물을 마시고서는 살수가 없다. 실제로 순수한 물인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분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의학을 공부하기 전에) 어떤 선생님에겐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학을 공부한 후로 의과대학의 교수님이나 의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저의 전공이 내과이다보니 설사에 대해서도 제법 공부를 했지만 설사하는 이유로 증류수를 지적한 의학서적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아 다녀서 인터넷에서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학에 관한 가장 광범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medline에서는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킨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medline의 내용은 워낙 광범위해서 그곳에서 찾을 수 없으면 '관계가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죠.)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있는 영문자료에서도 역시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있는 한글자료 중에는 관련 내용이 조금 있더군요. 생물학 전문가가 쓴 글 중에는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킨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 있고 그 외에 생물학과 별 관련 없는 사람들이 쓴 글 중에는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킨다'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킨다는 글의 대부분이 정수기나 샘물을 파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글에도 사람들 중에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증류수를 얼마나 많이 마시면 설사를 하는지 등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글에는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흡수가 되지 않아서' 라고 되어있을 뿐 왜 흡수가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어보입니다.

우선 증류수를 마시면 그것을 마시는 순간에는 순수한 물이지만 목을 통과하여 위에 도달하는 순간부터는 '순수한' 물이 아닙니다. 위에서 끊임없이 분비되는 위액과 섞이기 때문입니다. 위액에는 염산등 많은 물질이 포함되어있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십이지장에 도달하면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액과 간에서 분비되는 답즙과 섞이게 됩니다. 췌장의 소화액과 담즙 역시 소화효소와 전해질 등 수많은 물질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증류수를 마시더라도 그것이 주로 흡수되는 작은창자에 도달할 때에는 이미 증류수가 아닌 것입니다.

물은 주로 작은창자에서 흡수되는데 보통 성인은 하루에 7 - 8 리터의 물을 소장에서 흡수합니다. 그렇게 많은 물을 마신 적이 없다구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성인이 마시는 물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것을 포함해서 2 리터 정도 됩니다. 나머지 5 - 6 리터는 위와 십이지장(췌장과 간)에서 분비된 것입니다.

작은창자 뿐 아니라 큰창자에서도 물을 흡수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1 리터가 약간 넘는 물을 흡수할 뿐입니다. 물론 큰창자에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아 7 리터 정도 됩니다. 작은창자는 20 리터 넘게 흡수할 수도 있구요.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작은창자와 큰창자에서 물이 흡수되는데는 (생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중에서 비교적 간단한) 확산과 삼투작용이 관여합니다. (확산과 삼투작용에 대해서는 잘 아실 것입니다. 맹물을 받아놓고 그곳에 잉크나 물감을 떨어뜨렸을 때 색이 번져가는 현상이 확산입니다. 삼투작용은 삼투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농도가 다른 용액을 두었을 때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이죠.) 큰창자나 작은창자의 세포에서 무슨 효소나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물속에 포함되어있는 무기물과 같은 어떤 성분의 도움이 필요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증류수는 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근거가 희박해보입니다.

혹시 다른 의사들은 증류수가 어떻게 설사를 일으키는지 알고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사들에게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제게 의견을 준 의사들은 대부분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증류수가 원인이 되어 설사를 한 환자를 본 적도 없고, 증류수가 설사의 원인이 된다는 의학서적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어떤 의과대학 교수 한 분은 '그것은 그럴 듯해보이는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어디에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자신의 몸으로 실험을 해본 의사들이 두세 명 있더군요. 그들은 며칠 동안 음료수 대신 증류수를 마셨는데 그러는 동안 설사를 하지는 않더라고 합니다.

이상의 결과로 저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습니다.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말은 믿을만한 근거가 없다. 설령 증류수가 설사를 일으키는 일이 있더라도 아주 드문 일이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사들이 그것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긴 적은 없다."

참, 잊을 뻔 했습니다. 2003년 4월 1일 저녁에 KBS에서 방송된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진행자인 홍혜걸 중앙일보 기자(의사입니다)가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날 '혹시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 말이냐'는 요지의 email을 보냈습니다. 1주일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다시 같은 내용의 email을 보냈습니다. 혹시 그 분이 믿을만한 자료를 보내주시면 이 글을 수정하겠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은 다른 분께서 제게 그런 자료를 보내주셔도 이 글을 수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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